최근들어 매일 아침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주는 학교가 가기 싫다 달라 달라 자유를 달라라고 이야기를 하며 드러눕고 이민형은 그런 여주를 타일러요. 사회화가 덜 됐기 때문에 수인 학교에는 무조건 가야 한단 말이죠.



" 가기... 싫어.... "



매일 아침 여주를 학교로 태워주는 이민형의 허벅지에 혼현으로 누워있는 여주는 결국 자는 척을 시전했습니다.



" 그렇게 가기 싫어 애기? "

" ..... "



이민형도 굳이 가고 싶지 않다는 여주를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근데 꼭 해야 하는 걸 어떡해요. 수인법 제 3조 802번 조항에 따르면 사회화가 되지 않는 수인은 수인 학교에서 법적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는걸요.



"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애기 오빠가 입혀준 옷도 입었잖아요. "

" ...... "

" 친구들이 애기 기다리지 않을까? "

" ...... "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들은 아닙니다. 여주가 친해진 수인들은 여주보다 1살이 더 많은 중종 수인들이었어요. 곰짜증나. 오빠는 그것도 모르지.



" 오빠가 오늘은 더 일찍 데리러 올게. 응? "

" .... 응. "

" 친구들이랑 잘 놀구요. 싸우지 말고. "

" .... 응. "



여주의 몸에 힘이 푹푹 빠졌어요. 학교란 너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 야! 짜식 안 올 줄 알았는데. 왔구나? "

" 누구세요... "

" 에휴. 또 기죽은 거 봐라. "

" 나야 동혁이. "



.. 또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 야 봐라. 사냥은 생각보다 쉬워. 우선 너 보다 더 크고 쎈 수인이 오면 도망가야 해. 나무타기부터 배워. "

" 내가....? "

" 어? 그 자신 없다는 표정 뭐야. 못 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수 있어. "

" ... 그래. "

" 우선 나무부터 잡아봐. "

" 응.... "





" 야 어때 개쉽지. "

" 아니...? 곰어려운데? "



막무가내 스파르타 나무타기 수업을 따라가는 여주의 몸에 생채기가 가득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 생존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했거든요.



" 야 이게 뭐가아 어렵냐아. 너 이러다가 그 뭐 오빠? 없으면 어칼래. "

" ... 몰라. 근데 너도 있어? "

" 뭐가? "

" 같이 사는 사람. "



생각해보면 다들 본인 처럼 주인이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 엉. 난 있지. "

" 누군데? "

" 누나 있어. 너도 오빠 있는 것 처럼. "

" 그래? "

" 당연하지 누가 날 키워. 근데 난 누나 없을 때도 밥 잘 챙겨 먹으니깐 너도 잘 챙겨 먹어야 해. 알겠지? 그러니깐 사냥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야. "






" 애기. "



학교가 끝나고 여주를 데리러 온 이민형이 멀리서 여주가 보이자마자 뛰었어요. 아까 전 카톡을 받고 얼마나 생각이 많아졌는지 모릅니다. 화가 나서 여주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았어요. 그래서 하교 시간보다 더 일찍 와서 교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 오빠. "

" ... 애기 학교 재밌었어? "



주눅 들어있을 줄 알았던 여주는 이민형의 예상과는 다르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국 나무에 올라타는 걸 성공했기 때문이에요. 얼굴에는 흙이 다 묻어있는지도 모르고 웃는 김여주의 얼굴에 이민형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춘 후 얼굴에 묻은 흙을 털었어요.



" 오늘 뭘 했길래 얼굴에 이렇게 흙이 많아요 애기. "

" 동혁이랑 나무에 올라탔어! 드디어 성공했어! 선생님이 역시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 할 수 있다고 해줬어! "

" 나무? "

" 응! 생존법이야. "

" 이동혁이 알려줬어? "

" 응 동혁이가. "



나무를 올라탔다니요. 여주가 말하는 이동혁은 곰 수인이라서 나무에 올라타는 게 가능하고 쉬울지도 모르지만 여주가 도베르만도 아닌데요? 이민형이 황급히 손과 다리를 확인하면 역시나 살이 까져 벌겋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인상이 잔뜩 찌푸려지면 김여주는 그런 이민형의 얼굴에 아랫입술을 물곤 빤히 이민형을 쳐다봤습니다.



" 오빠. "

" 응? 아니.. 애기. "

" .... 나 버릴 거야? "

" 어? "

" .... 오빠 그런 얼굴 할 때 그랬잖아. 나보고 나가라고. "



거짓말 안 하고 이민형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길거리 생활 나쁘진 않아. 근데 주인이 자주 바뀌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지난번 주인도 그랬지만 이번에 이동혁에게 생존법을 배운 것도 언제 버려질지 몰라서 배운 겁니다. 눈치가 빠른 이동혁이 김여주에게 혹시 본인 집으로 갈래? 라고 했지만 김여주는 그럴 수 없었어요. 지난번에도 지성이랑 놀다가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매일 생글생글 웃는 이민형이 얼굴을 굳히는 건 여주에겐 응급상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애기. 오빠가, 그땐... "

" .... "

" 그런 거 아니에요. 애기 아플 거 같아서, 다쳤으니까... "

" .... "

" 애기. "



김여주의 얼굴에 너무 놀란 이민형이 말을 하다가 멈추곤 그냥 김여주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여주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자기도 모르게 생기는 감정에 욱 하고 튀어나온 말이 여주를 상처 준 거 같았습니다.



" 그런거 아니에요... 애기 안 아파? 응? 오빠는 애기가 다쳐서 놀란 거야. "

" 응 아프진 않아. "

" 애기. 오빠가 미안해.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거 아니었어. "



김여주를 꽉 끌어안은 이민형이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그러보고니 김여주에게 나던 꼬순내가 아닌 다른 꼬순내가 나고 있었어요. 이건 이동혁의 꼬순내일겁니다.



" 애기... 오빠가 애기를 왜 버려요. 그럴 일 없어. 응? "

" .... "

" 용서해주세요. 오빠가 잘못했어요. "



처음부터 그럴 생각도 없었어요. 애초에 이민형은 김여주를 못 버립니다. 누가 누굴 버려요. 이민형은 여주를 만나고 나서 본인의 일상이 온통 여주에게 맞춰져 있는걸요. 지금 여주에게서 나는 낯선 향을 경계하는 것처럼요. 얼른 사회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동혁이든 누구든 만날 일이 없겠죠.



" 응? 오빠 용서해주세요. "

" .... "

" 내가 잘못했어. 애기. "



조심스럽게 여주를 떼어놓고 얼굴을 확인 하는 이민형의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갔습니다. 여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은 여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민형에게는 여주가 제일 어려웠어요.



" 알겠어... "



촉촉한 코와 눈에 이민형의 입꼬리가 쭉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김여주를 올려 끌어안곤 차로 향했어요. 하루종일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울망거리는 눈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 나무타기를 하면 어떡해요. 이렇게 다쳐가주고... 응? "

" 안 아팠어. "

" 안 아팠어? "

" 응. "

" 그래두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애기 다치면 안 돼요. "

" 왜? "

" 오빠 마음 아프잖아요. "

















12월달에 쓰다가 ... 버리려다가 마무리 하구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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